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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모자 농부의 맛집탐방 (51) 두만강 찹쌀 순대

입력 : 2017-02-01 16:44:00
수정 : 0000-00-00 00:00:00






 

북녘땅의 그맛

파주시청 사거리에서 보훈회관앞 골목 맞은편으로 들어서면 ‘두만강 찹쌀 순대’라는 식당이 있다. 인자하고 다정한 얼굴에 카리스마가 훅 풍기는 백영숙 단장님과 임진강 예술단원이 운영하는 곳이다.

모습은 작은 식당이지만 크고 아름다운 뜻을 지닌 고마운 식당이다. 북한이탈주민인 백단장이 어려운 조건에서도 이 식당을 낸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고향의 음식을 고스란이 재현하여 고향 잃은 슬픔을 부모님이 해주셨던 그 맛으로 달래주고 싶었단다.

또 하나는 오랜 분단으로 입맛마져 달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왔단다.

입맛마저 장벽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심에 같이 먹고 마시고 호흡하여 통일의 시대를 차근차근 준비하겠다는 마음으로 식당을 열었다.

 

남북통일 문화예술 실천사업

파주는 통일의 관문이라 했다. 반세기가 훨씬 넘도록 아직도 계속되는 이산의 아픔에 멀리도 못가고 통일되는 그 날 빨리 달려가고픈 사람들이 사는 지역이다.

이곳에서 남북통일 문화예술 실천사업을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북한 이탈주민 청소년 문화예술 육성사업과 북한이탈주민 이웃을 돕고자 한다.

이런 일을 자신들의 힘으로 스스로 해보자며 북녁 고향에서 먹었던 그맛 그대로 다같이 모여 만두 빚고 순대 만들고 국수를 눌러 뽑는다.



 

천연의 맛, 추운지방 향신료 ‘내기’

함경도 무산의 감자골에서 자랐다는 백단장의 특별한 음식은 감자농마가 두루 여기저기에 쓰인다는거다(녹말을 함경도에선 농마라 한다). 감자농마해물전, 감자농마국수는 녹말만 넣고 만든다. 만두국에도 순대국에도 농마수제비를 넣는다.

이 농마 수제비가 말갛게 동동 뜨는 것이 입에 살살 녹으면서도 쫄깃쫄깃하다. 뭐니뭐니 해도 농마반죽을 어떻게 하느냐가 비법 아닌 비법이란다.

김치 만두는 만두피까지 직접 만든다. 만두국 육수가 얼큰 시원하여 물었더니 돼지뼈만 고와 만들었다한다.

돼지냄새 전혀없는 그 맛이 특별나다. 천연의 맛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우리 60-70년대의 맛이랄까? 순대국도 그 옛날 고기국밥같고 농마해물전 맛은 시꺼먼 감자녹말떡 맛이 난다.

순대는 돼지곱창에 밀가루, 소금을 넣고 박박 주물러 씻은 다음, 된장 풀어 삶아내 기름끼를 빼고 누린내를 없앤다. 시레기 삶은 거, 찹쌀, 좁쌀, 돼지고기를 다져넣은 데에다 선지를 넣어 쪄낸다.

익숙지 않은 싫지 않은 향내가 나길래 물었더니 ‘내기’라는 풀인데 추운지방의 향신료로 그 향이 빠지면 이 맛이 안난다고 한다. 이북에서 온 사람들은 그 맛을 그리워한다고 한다.

메뉴도 다양하다 두부를 직접 만들어 순두부전골, 순두부국, 두부조림, 두부밥이 있다. 또 콩으로 만든 인조고기밥도 있다. 오징어순대, 오징어볶음도 있고 제일 많이 좋아하는 수제비만두국과 찐만두가 있다.



 

통일을 준비하는 예술가들

식당벽면에 붙어 있는 임진강 예술단 사진이 화려하다. 무용, 노래, 아코디언연주 등 20명의 단원이 북한에술공연으로 파주뿐만 아니라 전국방방곡곡에서 공연을 한다.

어딘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날 것 같은 춤과 노래가 풋풋하다. 내가 가진 재능을 나누고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항상 즐겁게 일한다는 임진강 예술단 사람들. 문화로, 예술로, 먹거리로, 남북이 하나됨을 바라는 이분들의 마음이 참으로 숭고하다.

백영숙 단장님의 명함 뒷면에는 ‘나눔은 실천’이라는 글귀가 있다.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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